한전 원전 수출 '첩첩산중'…英 합작사 청산

-英 AMEC 합작사 지분 청산키로
-사우디 원전, 경쟁국 미국이 유력 수주 후보로 거론

 

[더구루=오소영 기자] 한국전력의 원자력 발전소 수출 사업이 고행길을 걷고 있다. 영국 원전 수주는 무산 위기에 놓였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경쟁국인 미국에 치이고 있다. 수주 실적 부진으로 최근 영국 에너지기술 기업 AMEC와 만든 원전 사업 관련 합작사마저 청산했다.

 

◇잇단 수주 좌초 여파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작년 말 이사회를 통해 APKL 지분 청산안을 통과시켰다. APKL은 한전과 한국가스공사, 산업은행이 AMEC와 2009년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립한 합작사다. 출자 규모는 최대 5600만 달러(약 637억원). AMEC 54%, 한전 19%, 가스공사 15%, 산은 12% 비율로 출자했다.

 

합작사 청산은 저조한 수주 실적에서 비롯됐다. 당초 합작사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 이후 추가 수출을 노리고자 만들어졌다. 해외 진출 경험이 부족한 한전이 AMEC를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기대가 모아졌다. AMEC는 원자력 기술 부문에서 세계 6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합작사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한전이 해외에 원전을 수출한 건 UAE가 전부다. 최근 수주가 유력했던 150억 파운드(약 22조원)짜리 영국 원전 수주는 제동이 걸렸다. 도시바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철수하고 자회사인 뉴젠을 청산하기로 결정해서다.

 

도시바는 2017년 12월 한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이어갔다. 양측은 사업 추진 방식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도시바는 작년 7월 31일 한전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캐나다 원전기업 브룩필드, 중국 광핵그룹에 매각을 타진했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며 사업을 접게 됐다.

 

한전 관계자는 "합작사는 추가 원전 수주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사업이 부진하고 설립 목적을 상실하면서 청산하게 됐다"고 밝히면서도 "영국 원전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사우디 원전, 미국에 빼앗기나?

 

정부가 공들이는 사우디에서조차 한전은 미국에 밀리고 있다. 작년 말 현지에서는 친미 성향의 사우디가 미국 원자력 기술을 지지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사우디는 미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재처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 전용 위험을 고려해 중동의 원전 건설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술 이전을 불사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더 매력적인 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1~15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에너지 포럼 'CERAWeek 2019'에서 "사우디에 원전 기술을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이야기 중이며 협상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릭 페리 장관은 2017년 말 사우디를 방문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작년 2월에도 사우디와 접촉해 원전 관련 회담을 진행했다.

 

사우디는 오는 2030년까지 총 2.8GW의 원전 2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작년 7월 1단계 입찰에 참여한 한국과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을 예비사업자로 선정했다. 입찰 절차를 거쳐 올해 안으로 최종 사업자를 확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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