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얼굴 먹칠하고 퇴진한 '비운의 총수' 5인방 흑역사

[더구루=길소연 기자] 후진에 길을 열어주기 위해 자발적 퇴진을 하는 재벌 총수가 있는가 하면 부실 경영 책임, 갑질 논란, 성추행 의혹 등으로 불명예 퇴진한 총수가 있다.

한순간의 실수로 본인은 물론 직원들과 함께 힘들게 일궈놓은 기업 이미지까지 먹칠하고 쓸쓸하게 퇴장한 '비운의 총수'를 꼽아봤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최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입사 53년 만에 그룹을 떠났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 문제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난 것이다. 지난 2002년에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오른 박삼구 회장은 의욕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섰고, 2006년에 대우건설, 2008년에 대한통운을 손에 넣으며 재계 7위까지 올랐으나 유동성 위기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그룹 전체를 경영 위기에 빠뜨렸다. 이후 여승무원 성추행 논란, 기내식 대란 등 갖은 잡음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으나 최근 그룹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지난 3월 28일 그룹 회장직,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한때 '샐러리맨 신화'라 불리며 세계 경영을 주도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회사 부도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특히 김 전 회장은 35억원 지방세를 내지 못해 신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그룹 부도 후 압류·매각된 재산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못한 이유에서다. 대우그룹은 1967년 3월 김우중 전 회장이 자본금 500만원으로 세운 대우실업에서 출발했다. 이후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김우중 전 회장은 대우그룹을 재계 서열 4위까지 끌어 올렸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즉흥적이고 무모한 사업 확장 △1인 지배체제에서 오는 불안정성 △IMF 사태 △구조조정할 때를 놓쳐 기업 환경 변화 부적응 등의 이유로 회사는 몰락했고 '김우중 신화'도 32년 만에 막을 내렸다.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은 2017년 9월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김 전 회장은 1969년 1월 자본금 2500만원을 갖고 직원 3명과 함께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한 뒤 이후 동부고속운수를 인수했고, 1980년대에는 금융, 보험, 석유화학, 전자 등으로 업종을 확장하며 그룹을 키우며 한때 재계 순위 15위까지 올렸다. 그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창업 48년 만에 부끄러운 퇴진을 하게 됐다. 김 전 회장 퇴진 이후 김 전 회장의 외아들 김남호 DB손보 부사장이 DB그룹의 키를 잡았지만 그룹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불명예 퇴진 총수이자 최고액 체납왕이기도 하다. 그가 이끌었던 한보그룹은 한때 대한민국 재계 서열 14위를 자랑하는 대기업이었으나, 1997년 1월 23일 부도가 나면서 공중분해됐다. 당시 사상 최대 규모였던 한보의 부도는 금융권에 자금경색 현상을 초래했고, 다른 재벌들의 줄 부도 사태가 이어지면서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업계에서는 정 전 회장과 한보그룹을 두고 '점으로 흥해서 점으로 망했다'고 평가한다. 세금 공무원이던 정 전 회장이 점쟁이 말만 듣고 사업을 해 떼돈을 벌었다가 점쟁이 조언에 사업을 확장했으나 쫄딱 망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 전 회장은 1992년 증여세 등 총 73건의 국세를 체납해 2004년 체납자 명단에 오른 뒤 현재까지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남으면서 '체납왕'으로 등극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국내 1위, 세계 7위라는 굵직하고 거대한 타이틀을 거머줬던 국내 최대 해운사 한진해운을 파산하게 만든 장본인으로 꼽힌다. 한진해운은 당초 시숙 조양호 회장의 지원 아래 조수호 회장이 운영하다의 부인 최은영 회장이 운영해 왔으나 해운업 불황의 여파를 이기지 못한 채 2017년 파산했다. 당시 호황을 보이던 업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오판하고 경영진이 높은 용선료로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었던 것이 화근으로 작용했다. 갈수록 치솟은 용선료를 지불하지 못하면서 빚을 졌고, 이를 갚지 못해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최 전 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의 경영 미숙을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한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은 지난 3월 29일 열린 한진중공업의 제1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기 만료로 퇴진했다. 한진가(家) 4형제 중 차남인 그는 실적 부진으로 인해 경영권을 상실했다. 한진중공업의 해외 자회사였던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부실로 인해 모기업인 한진중공업이 자본 잠식에 빠졌고, 채권단이 조 전 회장에 책임을 물어 경영권을 박탈한 것이다. 한진그룹 창업자인 고(故) 조중훈 회장은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대한항공을,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에게 한진중공업, 삼남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한진해운을, 사남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게 한진 투자 증권 등을 나눠줬으나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 외에도 △구자원 전 LIG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도 불명예 퇴진 총수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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