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주년 메이데이, 근로자의 날? 노동절?

[더구루=홍성일 기자] 5월 1일,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 날은 '근로자의 날'로 불린다. 

 

한편에서는 '근로자의 날'이 아닌 '노동절'로 불려진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5월 1일은 무슨의미가

 

1886년 5월 1일, 미국의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제 쟁취와 유혈탄압을 가한 경찰에 대한 투쟁을 감행한다. 

 

그리고 1889년 7월 세계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결성한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매년 이 날을 만국의 노동자들이 단결해 권리 쟁취를 위한 동맹파업을 하자는 연대결의를 하게된다.

 

1890년 5월 1일 첫 메이데이(노동절) 대회가 개최되게 되고 129년이 지난 현재까지 전세계 여러나라에서 이날을 기념해오고 있다. 

 

◇한국의 메이데이

 

국내에서는 일제강점기였던 1923년 5월 1일 조선노동총연맹에 의해 2000여명의 노동자가 모여 최초의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대한 상황은 동아일보 1923년 5월 2일자 기사를 확인하면 조금 엿볼 수 있다. 

 

'작일(어제)일은 본보에서 이미 보도한 만국노동자의 축제일이라 경성에서도 노동연맹회 주최로 대략 일만인의 공장직공을 시내 장충단에 모아 시위행렬을 하고자 하다가 경찰당국의 금지를 당하였으나 오히려 그들은 장충단에 모여 시위운동을 한다는 정보가 있었으므로 신경이 과민한 경찰당국에서는 큰사변이 일어나지 아니할가하여 시내 각 경찰서에서는 서로 연락을 해 시내를 엄중히 경계하였는데....'(동아일보 1923년 5월 2일자)

 

해방 이후에도 '조선노동조합 전국평의회'의 주도로 노동절 행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1958년 정부는 노동절을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의 창립일인 3월 10일로 바꿔 행사를 치뤘고 1963년에는 노동법 개정과정에서 명칭도 '근로자의 날'로 바꿨다.

 

◇날짜와 이름을 바꿔라

 

1958년 한국의 노동절의 날짜가 바뀌게 된 것은 이승만 정권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7년 5월 이승만은 메이데이를 '반공'하는 우리 대한의 노동자들이 경축할 수 있는 참된 명절로 제정되도록 하라며 날짜 변경을 노총에 지시했다. 
 
결국 대한노동조합총연맹은 11차 전국대의원 대회에서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의 창립일인 3월 10일로 노동절의 날짜를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5월 1일은 법의 날이 됐다. 

 

제 날짜를 잃어버린 노동절은 결국 1963년 군부정권에 의해 이름도 바뀌게 된다. 

 

1963년 4월 17일 제정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은 이름뿐이던 '노동절'을 이름도 '근로자의 날'로 바꿔버렸다. 

잃어버렸던 날짜와 이름을 찾기위한 요구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안을 쟁취해 내면서 본격적으로 폭발하게 된다. 

 

그리고 1994년 정부는 3월 10일이었던 근로자의 날을 5월 1일로 변경한다. 하지만 이름은 지금도 '근로자의 날'로 남아있다. 

 

◇근로와 노동

 

올 2월 서울시 조례·규칙 심의회에서 조례 내에 있는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바꾸는 '서울특별시 조례 일괄정비를 위한 조례안'이 의결됐다.

 

이를 주도한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근로라는 명칭은 일제강점기 당시 '근로정신대', '근로보국대' 등 식민지배 논리를 위한 용어로 빈번히 사용됐다"며 "기업과 정부에서 노동운동을 경계해 노동을 대신해 쓰기 시작했다"고 배경을 설명한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청와대가 제출한 헌법개정안에도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런 논쟁은 기본적으로 근로와 노동, 두 단어가 같은 듯 하면서 아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근로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부지런히 일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부지런함'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리고 그 부지런함 안에는 부지런히 일해 나라와 기업을 성장시키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결국 국가와 기업을 위해 희생과 순종을 해야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로 정의된다. 

 

'부지런함'이 아닌 '일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노동이라는 행위가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한 자기주도적인 활동이라는 의미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를 지배했던 일제와 군사정권은 '근로'라는 말을 앞세웠다. 자기주도적이며 자본가와 대립하는 느낌을 주는 '노동자'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근로와 노동,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핍박과 투쟁의 역사가 담겨있는 두 단어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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