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이 불러온 항공 수난史]② 나란히 물러난 항공사 '맞수'…불명예 퇴진

 

 

[더구루=길소연 기자] 국내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국적 항공사의 수난시대였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의 '물컵 갑질'을 시작으로 오너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과 폭언 및 폭행 등의 제보가 이어지면서 항공사 이미지가 실추됐다. 아시아나항공도 오너의 미투(Me Too) 논란, 기내식 대란 등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특히 오너 리스크로 인해 풀서비스캐리어(FSC)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한 반면 저비용항공사(LCC)는 외형적 성장을 거듭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이에 따라 △오너 리스크로 난기류 봉착 △오너 불명예 퇴진 △추락한 FSC '훨훨' 나는 LCC △항공업계 경영 정상화 '올인' 등 총 4회에 거쳐 국내 항공운송업 생태계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터질게 터졌다" 오너 리스크로 난기류 봉착
② 나란히 물러난 항공사 '맞수'…불명예 퇴진
③ 추락한 FSC VS '훨훨' 나는 LCC    
④ "1등석 폐지, 유급 휴직" 경영 정상화 '올인'
 

지난해 '갑질 논란'으로 항공업계 흑역사를 남긴 양대 항공사 오너들이 올해 나란히 불명예 퇴진했다. '오너 리스크'를 책임지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영권을 내려놓고 물러난 것이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돼 대표이사직을 상실했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경영부실 책임을 지고 스스로 회장직을 사임했다. 

 

국내 항공업계 맞수가 나란히 퇴진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들 퇴진 뒤에도 후폭풍이 거세다.  

 

◇'쓸쓸한 퇴장'…조양호 전 회장, 이사직 박탈 후 별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을 상실했다. 조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되면서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했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참석 주주 대비 찬성 66.67%이상이 필요하지만, 2.6%의 지분이 부족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 대표이사로서의 경영권을 잃게 된 것이다.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조 전 회장은 스트레스로 인해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고, 지난 4월 미국에서 숨을 거두면서 쓸쓸하게 경영 일선에서 퇴장했다.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이다,

 

조 전 회장의 경영권 상실은 한층 강화된 주주권 행사의 첫 희생양으로 기록돼 눈길을 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로 인해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조 전 회장의 날개가 그의 자녀와 부인인 이명희 이사장이 저지른 '갑질' 만행에서 꺾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조 전 회장은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을 시발점으로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 및 비리, 횡령 혐의가 드러나면서 조사를 받았다. 직원은 물론 대중의 반발이 커지면서 오너 일가 퇴진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조 전 회장의 신임이 껶였다는 분석이다. 

 

조 전 회장의 죽음으로 오너 일가의 비리, 횡령 혐의 조사는 일단락됐지만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비롯해 경영권 박탈까지 항공사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전 회장이 떠난 자리는 한진家의 장남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물려받았지만, 해결과제는 산적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갈등은 봉함됐지만, 오는 10월 말까지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상속세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경영권 방어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하다"라고 밝혔다. 

 

◇'불명예 퇴진' 박삼구 회장, 경영권 포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박삼구 회장 또한 그룹 항공 계열사의 대표직에서 내려오면서 불명예 퇴진 총수로 기록된다. 그룹 경영에 책임지고 자진 퇴진했지만, 경영 위기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항공사 매각 등으로 사실상 불명예 퇴진이라는 반응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말 아시아나항공 회계 쇼크 사태에 모든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났다. 그룹 회장직은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했다. 지난 2002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지 17년 만이다. 

 

박 전 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그룹 재건 욕심으로 그룹이 수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지난해에는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미투(ME TOO) 논란과 기내식 대란 등으로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특히 박 전 회장이 퇴진을 결심한 데 결정적 원인은 아시아나항공 회계 이슈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분식회계 의혹'으로 번진 비적정 감사보고서 파문으로 그룹이 흔들리자 책임지고 자진해서 퇴진을 결심한 것이다.

 

금호그룹은 지난달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했고, 이르면 7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앞두고 희망퇴직, 무급휴직 등 인력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오너리스크 후폭풍이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사적 차원의 비용절감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이 무급휴직 대상에 6개월 미만인 신입사원까지 포함시키는 등 허리띠를 졸라메고 있다. 

 

또한 박삼구 전 회장이 경영 퇴진을 선언했지만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로인해 회장직을 내려놔도 그룹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의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에서 결심하게 됐다"면서 "금호그룹은 물론 대주주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면서, 외부인사 영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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