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發 게임 질병 논란…"나도 아픈가요?"

[더구루=홍성일 기자] 지난 28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국(WHO)는 전체회의를 열고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에 게임중독은 마약, 담배, 알코올 중독과 같은 질병으로 규정된 것이다. 

 

'6C51' WHO가 게임중독에 부여한 코드이다. 

 

그리고 이 코드가 포함 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은 2022년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각국에 적용방식에 대한 논의가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즉 WHO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국내 논의에 따라 그 적용 유무 등 다양한 부분에서 토론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표준질병·사인분류가 5년마다 개정되기 때문에 2025년까지 아직 6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WHO의 결정이 나오고 이틀여가 지난 지금도 게임업계,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 의료계·복지부 VS 게임업계·문체부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등록하며 이를 두고 국내에서도 찬반이 나뉘었다. 

 

우선 의료계와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이 WHO에서 질병 코드로 등록된 것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마약, 알코올, 담배 등 섭취 중독만을 중독으로 인정해왔던 WHO가 게임 중독이라는 행위 중독도 질병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게임 중독에 대한 정확한 병명과 치료법, 통계 작성, 예방책 마련 등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게임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게임 중독을 판단할만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국내에 도입한다며 자의적인 판단으로 낙인찍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임 중독에 대한 연구를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해놓고 하는 것도 말도 안된다고 말한다.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박사는 이를 두고 "화살을 쏜 뒤 과녁을 그리자는 것과 같다"며 게임 중독을 어떻게든 질병으로 만들고자하는 연구들만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관련업계에서는 WHO의 질병기준이 국내에 적용되면 게임은 사행사업으로 분류돼 연매출의 0.35%를 중독예방치유부담금으로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는 게임업계에서 돈을 뜯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이어졌다.  

 

◇ 게임을 이미 '나쁜 것' 취급했던 한국

 

이런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의 반발은 그동안 국내에서 게임이 당해온 '통제의 역사'와 함께 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셧다운제'와 '4대 중독 지정'이다. 

 

셧다운데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심야시간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것으로 이 제도의 역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부터 일부 시민단체에서 '청소년 수면권 보장'이라는 명목하에 셧다운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로인데 2005년, 2006년, 2008년, 2009년까지 네번에 걸쳐 셧다운제 도입을 위한 입법이 시도됐지만 무산됐다. 

 

그리고 2011년 4월 국회에서 '인터넷 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추가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해 11월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이후 중학생 프로게이머가 셧다운제에 의해 국제 대회를 포기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며 2014년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이 발의되지만 합헌 결정이 나며 2019년 현재도 셧다운제는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2013년 정부는 게임을 술, 마약, 담배와 함께 4대 중독으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문체부 등의 거센 반발에 좌초됐다. 

 

또한 이 시기 게임업체들에게 '게임중독세'를 걷자는 법안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WHO의 질병코드 등록으로 또다시 이 얘기가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게임이 한국에서 어떤 취급을 받아왔는지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중독이 질병이라고 얘기하는 조직들이 하는 얘기들을 친 게임성향의 조직들과 게이머들은 그 얘기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게임을 탄압했다", "게임업계에 돈 뜯어내려고 그런다"는 의식이 생겨버린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은 게임 중독, 질병 코드 분류에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의심을 들게 만들었다. 
 
◇ 새로운 문화에 대한 세대 갈등과 정치적 이용

 

게임 논란에 사회적 대화를 과정을 보다보면 '학부모 단체'가 중심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셧다운제도 '학부모 단체'들이 주장했던 '수면권 보장'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물론 자신의 아이들이 공부나 다른 자신의 꿈을 펼치기보다는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부모의 입장 답답할 것이라는 의견들도 많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면 이를 받아드리는 청소년층과 그들의 부모세대간에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스테트슨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대 그리스 시절에도 연극과 희극이 젊은이 정신을 흐린다고 했다"며 "게임도 근거없는 믿음에 의한 도덕적 공황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에 80~90년대 만화책이 크게 인기를 끌었을 때도 학부모들의 반대와 젊은층의 반발이 거셌었다. 

 

젊은층은 "기성세대들이 '분서갱유'를 하려한다"며 반발했다. 

 

일면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많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게임 중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 

 

양쪽은 게임이 문화이며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것과 게임에 빠져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도 인정하며 대화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지어놓고 대화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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