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은 어떻게 통신 칩시장 '절대 강자'가 됐나?…20년 지배의 역사

-칩 팔며 스마트폰에 로열티 부과, 경쟁업체 칩 사용하면 공급 중단 위협
-美 연방법원 퀄컴 반독점 행위 인정

 

[더구루=오소영 기자] 세계 최대 칩 메이커 퀄컴이 '반독점 기업'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미국 연방법원이 최근 퀄컴이 모뎀 칩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결해서다. 혁신 기업의 모범사례로 꼽혔던 퀄컴에 어째서 '독점 회사'란 '주홍글씨'가 붙었을까. 퀄컴의 20년 지배 역사를 돌이켜봤다.

 

◇ 스타트업에서 '세계 1위' 칩 업체로

 

미국 샌디에이고의 스타트업 퀄컴이 특허 공룡으로 성장한 데는 디지털 무선통신 서비스의 핵심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이 큰 역할을 했다. 퀄컴은 1986년 CDMA 첫 특허를 내고 유럽과 아시아 등 글로벌 통신 시장에 공급했다.

 

국내에선 1996년 1월 세계 최초로 CDMA 원천기술이 상용화됐다. 이후 퀄컴은 삼성, LG 등과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퀄컴은 CDMA를 시작으로 롱텀애볼루션(LTE)모뎀칩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갔다. 퀄컴은 작년 LTE 통신칩 시장에서 점유율 44.7%로 1위에 올랐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에서도 최대 공급 업체로 뽑힌다. 2017년 세계 최초로 5G 모뎀을 선보인 데 이어 2세대 제품을 공개했다. 뛰어난 기술력이 퀄컴이 선두 위치에 오른 비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막대한 로열티·리베이트로 경쟁 저해

 

하지만 일각에선 기술력만으로 퀄컴의 지배력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퀄컴의 독점적인 라이선스 관행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퀄컴은 칩 판매보다 로열티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퀄컴은 칩에 대한 로열티가 아니라 스마트폰 판매 대수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부과하고 있다. 애플에는 약 5%의 로열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칩과는 무관한 스마트폰 제조사의 기술로 간접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로열티를 제조사별로 차등 부과한다는 점이다. 퀄컴은 스마트폰에 자사의 모뎀칩을 장착했는지에 따라 로열티를 달리 책정한다. 퀄컴은 자사 칩을 쓰지 않는 업체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 경쟁 업체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

 

퀄컴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지급하는 리베이트 역시 경쟁을 저해한다. 퀄컴은 자사 모뎀칩과 RF칩(주파수 대역을 골라내는 반도체)을 대가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분기당 수백만 달러의 리베이트를 줬다는 혐의를 받은 바 있다.

 

IT 매체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는 "애플은 퀄컴 칩을 사용하는 대가로 2013~2016년 수억 달러의 리베이트와 마케팅 인센티브를 챙겼다"고 보도했다.

 

◇공급 중단 위협해 불공정 계약 조장

 

경쟁업체의 칩을 사용할 경우 퀄컴은 공급을 차단하는 강수를 뒀다.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은 퀄컴 의존도를 줄이고자 인텔과 손을 잡았다. 아이폰7에서 인텔 칩을 일부 탑재했다. 차기 아이폰에서 인텔 모뎀만 사용할 거란 이야기가 퀄컴 최고재무책임자에게서 공식적으로 나오면서 양사의 결별설은 본격 대두됐다.

 

애플이 인텔과 거래하자 퀄컴은 칩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애플은 2017년 퀄컴을 상대로 최대 270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소송을 내며 맞섰다.

 

결과는 퀄컴의 승리였다. 5G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가운데 인텔의 모뎀 개발은 지연됐다. 애플은 더는 5G폰 출시를 늦출 수 없었고 퀄컴과 화해를 모색했다. 결국 로열티를 지급하는 대신 6년간의 라이선스 체결, 다년간의 칩세트 공급 등에 합의하며 소송이 종결됐다.

 

오랜 기간 수면 아래에 있었던 퀄컴의 독점적인 행위는 미국과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퀄컴에 27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2016년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추가했다. 퀄컴은 과징금을 취소해달라고 항소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대부분 기각했다.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는 2017년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며 퀄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법원은 지난 22일 판결을 통해 FTC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미연방지방법원 루시 코 판사는 "퀄컴은 칩 중단과 같은 불공정한 위협이 없는 라이선스 계약을 위해 고객사들과 재협상을 해야한다"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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