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방장관 "美, 수빅조선소 활용 기회 있다"…매각 흥행 '고심'

-수빅조선소 매각 난항 우려…미국에도 입찰 참여 및 활용 기회 제공 


[더구루=길소연 기자] 미국 해군이 한진중공업 필리핀 자회사 수빅조선소를 인수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필리핀 국방장관의 미 해군 사용을 허가한 것인데 넓은 의미로 미국에 수빅조선소 입찰 참여 기회를 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초 수빅조선소 인수와 관련해 필리핀 기업은 물론 네덜란드와 프랑스 기업 등 각국에서 인수 의향을 보이며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며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자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에도 기회를 주려는 의도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필리핀 군당국은 한진중공업의 파산으로 인해 수빅조선소가 미국의 전 해군기지에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델핀 로렌자나(Delfin N. Lorenzana)필리핀 국방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 파산 이후 조선소 입찰에 미국도 참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식 제안은 없었지만, 그동안 수빅조선소 인수 과정에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일본, 싱가포르, 스웨덴 그리고 중국 기업이 관심을 표명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은 없었다. 

 

델핀 로렌자나 장관은 "미국 기업이 입찰 참여하지 못했지만, 굳이 인수하지 않아도 미국 해군은 수빅조선소를 활용하거나 방문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활용방안에 대해 언급은 없었지만 미국에 기회를 열어둔 셈이다. 

 

앞서 수빅조선소는 지난 2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필리핀 올롱가포 법원에 기업회생을 요청했다. 이에 수빅조선소를 인수하는 기업은 필리핀 은행의 한진 보증채무인 4억1200만 달러(약 4600억원)를 은행에 납부해야 하며, 월 1000만 달러(약 114억원)에 달하는 운영 자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필리핀 수빅조선소 인수 의사를 보인 업체는 총 9군데로 필리핀 '억만장자'인 엔리케 K 라존 주니어 그룹 회장 외 중국, 미국, 일본에서 각각 2개 기업 그리고 네덜란드와 프랑스 기업 각 1군데 등이다.  

 

이 가운데 인수가 유력해 보이는 기업은 '필리핀 억만장자'가 운영하는 라존 그룹이다. 국제 컨테이너터미널 서비스(ICTSI)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채권단 및 은행을 상대로 수빅조선소 인수 계획을 발표하며, 인수 여부를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빅조선소는 지리적 이점과 도크, 건조 설비 등 여러 조건에서 탐나는 조선소로 꼽힌다. 21세기 들어 완공된 조선소 중 최대 도크를 자랑하며, 가공 공장에서 생산된 블록과 기자재를 도크로 옮기는 운반거리가 1km를 넘지 않는다. 또한 생산 과정 상당부분 자동화 시설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회생 신청 후 여러나라에서 인수 의사를 표명해왔는데 미국까지합세하면 인수전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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