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큰손이 외면한 국내 기업

-한전 네드뱅크 이어 LGIM 투자 대상서 제외
-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 스웨덴 국민연금 블랙리스트 올라

 

[더구루=오소영 기자] '착한 기업' 투자 붐이 일면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은행들의 철퇴를 맞고 있다.

 

한국전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형 은행 네드뱅크(Nedbank)가 투자를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영국 자산운용사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도 노동조합 탄압 의혹으로 스웨덴 국민연금(AP)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노사 화합'의 전통을 잇겠다던 다짐이 무색해졌다.

 

◇한전에 등 돌린 투자은행… 기후변화 '걸림돌'

 

한전은 지난 21일 영국 자산운용사 리걸앤제너럴(Legal &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LGIM)이 조성한 미래세대펀드(Future World Fund)에서 제외됐다. 미래세대펀드는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해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기업에게 투자하는 ESG 펀드다.

 

LGIM은 "한전이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한전은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전력 유틸리티 회사 중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전이 기후변화 문제로 해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투자 은행들이 탈석탄 흐름에 동참하면서 한전은 해외 석탄화력 사업의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었다.

 

앞서 남아공 네드뱅크는 한전이 참여하는 630㎿급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금융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석탄화력 사업에 대한 투자 금지 원칙에 따라 남아공 프로젝트의 지원을 끊겠다고 한 것이다.

 

네드뱅크의 투자 철회에 이어 LGIM의 펀드에서 제외되며 한전은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기 어렵게 됐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이라는 목표 실현도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개발도상국에서 진행 중인 석탄화력 사업은 이미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린피스 등 주요 환경단체들은 작년 12월 공식 서한을 통해 개도국의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금융 지원 활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었다. 환경단체들이 거론한 사업에는 한전이 추진 중인 베트남 응이손 2호기가 포함됐다.

 

◇포스코 빛바랜 '노사 상생'

 

한전이 기후변화 문제로 해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면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노조 탄압에 발목을 잡혔다.

 

스웨덴 국민연금(AP)은 AP7 투자 대상 블랙리스트에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포함시켰다. AP는 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포스코 터키법인의 노조 탄압을 문제 삼았다.

 

포스코는 터키법인인 포스코 아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노조를 설립하려 하자 80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노조 불인정과 단체교섭 불가 입장을 고수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이번 논란으로 '노사 상생'이라는 원칙은 훼손됐다. 포스코는 1968년 포항제철 설립 이후 50년간 지켜온 무노조 경영 원칙을 깨고 작년 9월 노조를 출범시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를 설립하고 소통 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설립 직후 회사 측에서 노조 와해 시도가 있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노조 카톡방을 사찰하고 노무협력실 산하 노사문화그룹에서 노조 와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이다.

 

이 같은 노조 탄압에 투자은행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노동자 인권과 기업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은 이를 주요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은 물류센터 직원들의 장시간 근로가 문제가 돼 영국 주요 기관 투자사인 로열런던자산운용(RLAM)가 선정한 윤리 펀드 투자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노르웨이투자청은 한세실업과 모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가 베트남 공장 노동자들에게 불법 초과근무를 강요했다며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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