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가 부른 나비효과…제2의 희토류 사태 오나

 

[더구루=길소연 기자] 세계 주요 기업들이 침상코크스(Needle Coke) 확보 경쟁에 나섰다. 침상코크스는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해 만드는 고탄소 덩어리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이차전지 주원료인 음극재의 원료이자, 전기로에 들어가는 전극봉의 재료다.

 

공교롭게도 전기차 대중화 등에 따른 이차전지 수요 증가로 음극재 사용량이 늘고 있고, 전극봉 역시 중국 철강업체들이 전기로를 많이 돌리면서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가 침상코크스 공급량을 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해운사들이 저유황유 사용량을 늘리고 있는데, 침상코크스를 만드는데 필요한 게 바로 저유황유이기 때문이다.

 

수요는 늘고 공급이 준다는 얘기다. 제2의 희토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침상코크스 제조 원료' 저유황유, IMO 규제로 수요 증가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MO는 내년 1월 1일부터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환경규제를 전면 시행한다.

 

대책은 두 가지다. 황함유량이 0.5% 미만인 저유황유를 쓰거나 세정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것. 해운사들은 설치비용과 기간이 필요한 스크러버보다는 저유황유를 선택하고 있다.

 

저유황유 사용량 증가는 이를 사용해 만드는 침상코크스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침상코크스 생산량의 70% 가량이 저유황유를 활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기술 장벽 때문에 침상코크스를 생산하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며 "급격하게 설비를 확장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침상코크스 주요 공급처' 음극재·전극봉 시장 확대

 

침상코크스를 원료로 한 음극재 시장은 이차전치 수요 증가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순수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134만대에서 오는 2025년 1053만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평균적으로 전기차 1대당 음극재 1kg 이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음극재 사용량은 같은 기간 5.6만t에서 63.2만t으로 연평균 41%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발 전극봉 수요 확대도 침상코크스의 몸값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기 오염 문제 등으로 전기로 사용 비중을 높이면서 전극봉을 사용량이 늘고 있어서다. 전기로는 전극봉으로 순간적인 불꽃을 일으켜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구조다.

 

관세청 조사 결과, t당 전극봉 가격은 2018년 1월 5467달러에서 그해 10월 1만2273달러까지 치솟았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전기로 사용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침상코크스 수요 또한 오는 2020년까지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뛰는 '침상코크스' 몸값에 웃음 짓는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철 부산물 콜타르를 활용, 침상코크스를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2012년 미쓰비시화학과 손잡고 피엠씨택을 만들고 2016년 3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2017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률 49.8%를 달성했다.

 

침상코크스 사업 가능성을 확인한 포스코케미칼은 생산설비 확장을 추진했지만, 국제 시세 하락 등으로 잠시 보류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 취임과 함께 포스코그룹은 철강 사업 비중을 줄이고 이차전지 등 비철강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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