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꼼수 백태]⑥ 녹십자, 이상한(?) 의료재단 활용법… 父子 승계 굳히기

-GC녹십자엠에스 내부거래 90%가 녹십자의료재단
-GC녹십자이엠 3년간 내부거래 비중 60% 넘어

 

[더구루=오소영 기자] '누워서 떡 먹기'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중견기업은 감시망을 피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사익을 편취해왔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자산 5조원 이상의 재벌만 규제 대상으로 삼아서다.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이를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중견기업이 공정위의 새 타깃이 된 가운데 매일뉴스에서 이들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GC녹십자의료재단은 임상 검사 전문 의료기관이다. 겉으로 비영리를 추구하나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GC녹십자엠에스의 내부거래 중 90% 이상이 이 재단에서 나온다.

 

총수 일가는 GC녹십자엠에스를 지배해 배를 불리고 이를 통해 그룹 정점에 있는 회사의 지분을 사들인다. 비영리를 표방하는 재단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녹십자엠에스 내부거래, 녹십자의료재단에 집중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약 관련 제품 제조 및 판매업체인 GC녹십자엠에스는 2014~2018년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20% 안팎이었다. 2014년 18.7%에서 2015년 19%, 2016년 23.4%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 863억2168만원 중 26.2%인 227억2179만원을 내부거래에서 거뒀다.

 

내부거래의 대부분은 GC녹십자의료재단에서 나왔다. GC녹십자의료재단과의 거래로 올린 매출은 지난해 215억7063만원으로 전체 내부거래의 94%를 차지했다. 2014년 이후 GC녹십자의료재단과의 거래 비중은 90%를 넘겼다.

 

의료재단이 일감을 몰아주며 GC녹십자엠에스는 덩치를 키웠다. 매출액은 지난 5년간 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됐다. 자산은 520억원에서 609억원으로 뛰었다.

 

◇녹십자엠에스, 허 부자 그룹 지배 '자금줄'

 

GC녹십자엠에스의 일감 몰아주기가 비단 회사의 성장만을 가져온 건 아니다. 허일섭 GC녹십자 회장은 그룹 내 지위를 굳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창업주인 고(故) 허영섭 회장이 2009년 타계하면서 녹십자는 이른바 ‘모자의 난’을 겪었다. 당시 녹십자홀딩스 최대주주였던 허 회장(지분 12.37%)이 장남 허성수씨를 배제하고 부인과 차남, 3남에게 지분을 물려주겠다고 하며 갈등이 촉발됐다. 허 씨는 어머니 정인애씨가 유언을 조작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허 씨는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사모았다. 이에 맞서 허일섭 회장 일가도 지분을 사들였다. 허 회장이 보유한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2010년 말 9.71%에서 8년 뒤 11.95%로 뛰었다.

 

지분 매수에 필요한 자금은 GC녹십자엠에스의 일감 몰아주기로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허 회장은 작년 기준 지분 17.19%로 GC녹십자엠에스의 최대 주주다. 2010년 22.83%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다.

 

허 회장의 아들인 허진성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 상무도 마찬가지다. 허 상무는 2014년 3월 당시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실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에 발을 들였다. 그해 말 GC녹십자엠에스의 지분 1.30%를 샀다. 이후 2016년 3월 0.63%로 줄었다가 작년 말 남은 지분 모두 장내 매도했다.

 

GC녹십자엠에스의 지분이 감소한 기간 녹십자홀딩스는 늘었다. 허 상무가 지닌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2014년 2월 0.27%에서 올 4월 0.66%로 증가했다. 일감 몰아주기로 덩치가 커진 GC녹십자엠에스의 지분을 팔아 얻은 이익을 녹십자홀딩스의 지분 매수에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룹 승계를 두고 허영섭 전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 녹십자 사장과 경쟁 중인 상황에서 GC녹십자엠에스를 자금줄로 활용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건설도 예외 없어

 

바이오 엔지니어링 종합건설 기업인 GC녹십자이엠 또한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이 되는 회사다. GC녹십자이엠은 허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녹십자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다.

 

이 회사는 2014년 내부거래 비중이 72%에 달했다. 지난해 68.5%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내부거래율을 보인다.

 

GC녹십자이엠은 2016년부터 3년간 내부거래율이 60%를 넘었다. 2016년 매출액(852억4535만원)의 64%를 차지하는 548억5286만원을 내부거래에서 올렸다. 이듬해에는 내부거래액이 572억6617만원(60.4%)으로 늘었다.

 

GC녹십자이엠의 내부거래는 녹십자에 집중돼 있다. 작년 내부거래의 33%는 녹십자에서 나왔다. 녹십자와의 거래가 전체 내부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80%까지 치솟았다가 2017년 23%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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