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너 부재 불가피…악재 '겹겹'

-말 3필·묵시적 청탁 인정… 뇌물 50억 넘어 재구속 가능성 대두
-반도체 실적 악화로 2분기 영업이익 반토막
-日 화이트리스트 시행령 실시·도쿄올림픽 뇌물사건 등 악재 겹쳐

 

[더구루=오소영 기자]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이 부회장은 법정 구속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불황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 조치 대상국) 배제, 도쿄올림픽 뇌물 스캔들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뇌물 50억 넘겨… 재구속 가능성 높아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정유라에게 지원한 말 3필(시도·비타나·라우싱)을 원심과 같이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뇌물이란 처분권 획득으로 충분하고 소유권을 넘기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사용 처분권은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에 대해서도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이로써 2심을 뒤집고 말 3필의 가격과 보험료 36억5943만원,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2800만원이 뇌물로 인정됐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횡령·배임 등으로 제3자에게 50억원 넘는 이익을 줄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고등법원이 대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따른다면 실형이 불가피해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멈춰설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인 이인재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은 "대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해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며 "마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한 것은 이미 원심에서도 마필의 무상 사용을 뇌물로 인정했으므로 사안의 본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텔에 밀린 삼성, 반도체 불황 '장기화'

 

이번 판결로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6조1300억원, 6조6000억원으로 1년 사이 4%, 55% 떨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지속되며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인텔에 밀릴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의 보고서를 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액은 266억7100만 달러(약 32조원)로 1년 사이 33% 줄며 2위에 머물렀다. 시스템 반도체에 주력한 인텔은 같은 기간 2% 줄어든 320억3800만 달러(약 38조원)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실적 안정을 꾀하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 투자는 시급하다. 시스템 반도체는 연산과 정보처리 기능을 하며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내용이다.

 

◇日 화이트리스트에 도쿄올림픽 뇌물 사건까지

 

대외적으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뇌물스캔들 등에도 휘말린 상태다. 일본 정부는 지난 28일자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시행령을 본격 시행했다.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실리콘웨이퍼와 블랭크마스크,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소재인 섀도마스크 등이 포함돼 수급 악화가 우려된다.

 

지난 7월에는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도 강화했다. 일본의 규제 여파로 삼성전자는 공정 전환을 통한 생산 물량 조정에 나섰다.

 

최근에는 프랑스 검찰이 2020년 도쿄올림픽 뇌물 유치 사건과 관련해 국제육상연맹(IAAF) 후원 기업인 삼성전자까지 조사 대상을 넓혔다. 여성용 웨어러블 솔루션 관련 행사에서 섹스토이를 개발하는 라이오네스를 초대했다가 번복하고 사과문을 내는 해프닝도 있었다.

 

대내외적인 위기감을 반영하듯 이 부회장은 사업장을 돌며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 6일 온양·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9일 평택, 20일 광주를 찾아 전자 계열사의 미래 사업 전략을 모색했다. 삼성 금융 계열사 사장단과도 회동해 금융업 상황을 살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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