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좋아하던 롯데, 경영기조 변경 '승부수'…"효율성 따진다"

-비상경영체체 선언…신동빈 회장 '과감한 도전→효율성' 경영 기조 변경 
-실적 부진 및 내년 경기악화 영향…연말 대대적인 인사 태풍도 예고 

[더구루=길소연 기자] '도전' 정신을 강조하던 롯데그룹의 경영 기조가 1년 만에 '효율'로 변경됐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각 계열사에 비상 경영을 선언하면서 '효율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밝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을 강조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경영 기조 방향을 틀어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재계는 롯데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와 반일 감정으로 인한 롯데 불매 운동 등 국내외 경영 여건이 좋지 않자 위기경영을 선언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비상경영 선언을 바탕으로 연말 대대적인 인사 태풍까지 예고되고 있다. 

 

◇롯데, 비상경영 선언…"철저한 투자·예산집행" 강조 

 

13일 재계에 따르면 황각규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지주·계열사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 150여 명이 참석한 경영간담회에서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이날 황 부회장은 "국내 및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미래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장밋빛 계획이나 회사 내외부의 환경만 의식한 보수적인 계획 수립은 지양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롯데 미래를 위해 투자의 적절성을 철저히 분석해 집행하고, 예산관리를 강화해 임직원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의 비상 경영 선언에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국내 주요 5대 그룹 중 공개적으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건 롯데가 처음인 데다 신동빈 그룹 회장의 경영 기조와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앞서 신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록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먼저 직접 경험해보는 것 자체가 큰 경쟁력이 된다"며 과감한 도전과 변화 문화를 요구했다. 

 

◇재계 5위도 '흔들'…"실적 부진 및 경기 악화 탓"

 

롯데가 신 회장의 경영 기조와 상반된 길을 걷게 된 데는 실적 부진과 경기 전망 악화 때문이다. 특히 롯데의 양대 사업 부문인 유통BU(비즈니스 유틸리티)와 화학 BU의 실적 악화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다. 

 

실제 유통사업의 핵심인 롯데쇼핑은 '어닝 쇼크'를 기록하는 등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 3분기 매출 4조4047억원과 영업이익 8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56%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2%로 같은 기간 2.3%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올 3분기 실적은 중국의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았던 2017년 3분기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더욱이 롯데쇼핑이 실적 악화를 대비해 3년 전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해왔지만 콘텐츠 차별성 부족으로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고, 또 지난 4월 출범한 유통계열사 7곳 통합 모바일쇼핑앱 '롯데온(ON)'도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면 부진의 늪에서 나오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의 힘이 빠지긴 마찬가지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 중국의 신규 설비 가동 등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줄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3조9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7.5% 줄어든 3146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9.1% 감소했다.

 

여기에 호텔·서비스BU 부문인 롯데면세점 역시 실적 악화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연내 인사 교체 카드가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유통·소비재 연구원은 "3분기는 국내 백화점, 할인점 기존 점포 신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부진의 주요 요인"이라며 "롯데하이마트, 슈퍼마켓 또한 오프라인 구조조정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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