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비심리 '꽁꽁'… 가전제품 나홀로 호황

-가전제품 출하액 1조380억엔…10년 사이 최고치
-소인가구 시장 확대·편의성 중시·경험 소비 경향 영향

 

[더구루=오소영 기자] 일본 국민들의 가전제품 사랑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소비 심리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가전제품 출하액이 약 11조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었다. 1~2인 가구 확대, 가사노동을 덜어주는 가전의 인기, 경험 소비의 추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일 일본전기공업회(JEMA)에 따르면 일본 가전제품 출하액은 올 상반기 기준 1조380억엔(약 11조1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늘었다. 지난 10년 사이 최고치다.

 

가전제품 출하액은 지난 7월을 제외하고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소비세 인상 직전인 지난 9월에는 에어컨과 세탁기 출하액이 각각 30% 이상 증가하며 전체 금액(2385억엔·약 2조5700억원)은 1년 사이 20.2%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보너스, 이사, 계절 등 특정 시기에 맞춰서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달라졌다"라며 "필요한 제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매장을 찾는 분들이 많다"라고 밝혔다. 

 

이는 일본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내각부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는 올 9월 기준 22개월 연속 전월 대비 악화됐다.   

 

일본에서 가전제품 판매가 증가한 배경은 1~2인 가구를 겨냥한 가전 시장의 확대에서 찾을 수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인가구를 중심으로 가전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오븐과 그릴 기능이 없는 단기능 전자레인지가 대표적이다. 단기능 전자레인지는 간편 조리식을 선호하는 1~2인 가구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JEMA는 지난 9월 단기능 전자레인지의 수입액이 1년 사이 122%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로봇 청소기를 비롯해 신가전도 기계 조작에 익숙한 젊은층에게 각광받고 있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성향도 판매 호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가사노동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제품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보여주듯 식기세척기는 지난 9월 누적 출하액이 약 309억엔(약 3334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13.9%나 늘었다. 중국 하이얼 그룹 산하의 아쿠아사 제품은 출시 4개월 만인 올 3월 매출이 3.2배 급증했다. 건조 기능이 있는 세탁건조기 또한 9월 누적 출하액이 1년 사이 121.8% 뛰었다. 

 

일본 소비자들은 고가의 제품도 마다하지 않는다. 생활이 편리할 수 있다면 비싸더라도 구매를 망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 파나소닉의 드럼식 세탁건조기는 세제를 대량으로 넣어두면 세탁을 할 때마다 자동으로 필요한 만큼 투입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이 제품은 타사 대비 20만엔(약 215만원) 이상 비싸지만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아울러 제품 구매로 얻을 수 있는 경험을 높게 사는 '경험 소비'의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가전 업계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특성을 반영해 체험형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이슨은 프리미엄 드라이기를 일본 내 고급 숙박시설에 배치했다. 일본 가전업체 죠지루시는 작년 10월 오사카에 식당을 열고 프리미엄 전기밥솥을 활용한 음식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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