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대법판결·여럿 중 하나·양형기준 8장'…이재용 형량 '가늠자'

-이재용 "朴 질책에 수동적 지원"
-특검 "징역 10년 이상이 적정"

 

[더구루=오소영 기자] "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양형을 결정할 핵심 키워드로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대법원 판결'이 등장했다.

 

특검은 대법원 판결을 인용에 '이 부회장의 개인적인 이익 추구를 위한 적극적인 뇌물'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최서원씨의 직권남용'을 들며 "거절할 수 없는 요구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지원'임을 분명히 했다. 삼성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다른 기업들과 동일 선상으로 볼지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도 엇갈렸다.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인 가운데 재판부가 비리를 원천 차단할 내부제도 마련을 또 주문하면서 삼성의 변화에도 이목이 쏠린다.

 

◇같은 최서원 판결, 다른 시선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6일 이 부회장 등 5명의 파기환송심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0년 8개월에서 16년 5개월의 형량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양형의 이유로 '정경유착에 따른 검은 거래'를 들었다. 특검은 그 근거로 최서원씨의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특검은 "(대법원 판결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직무와 관련 이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정한 청탁의 배경에 승계작업이 있다는 점도 해당 판결을 통해 분명히 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자금을 이용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대법원은 구체적이고 특정된 현안이 있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주장하는) 최서원씨의 대법원 판결 문구는 뇌물죄가 아닌 강요죄 부분에 기재된 내용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법원 판결에서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에 대해 직권남용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수동적 지원 행위였음을 거듭 밝힌 셈이다.

 

◇'삼성=현대차=SK?'…"삼성도 다른 기업과 다르지 않다"

 

변호인단은 '수동적 뇌물'이라는 큰 틀에서 삼성이 다른 기업과 다르지 않다고 반격했다. 현대차와 SK, 포스코, KT 등의 사례를 들며 이들과 삼성이 같은 경우라고 강조했다. 최서원씨가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지원을 요청하고 어쩔 수 없이 들어줬던 과정이 비슷하다는 게 핵심 근거다.

 

변호인단은 "최서원이 기업들에게 지원받을 수 있는 회사를 설립하고 업체 소개서나 사업계획서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 이를 다시 단독 면담 등을 통해 기업에게 전달했다"며 "기업들은 이를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 과정이 국정농단 사건 전반에 나타난다"고 밝혔다.

 

또 삼성이 다른 기업들보다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주장도 펼쳤다. 변호인단은 "삼성만 2차 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아 (지원에 대한) 강한 압박을 느꼈다"라며 "스포츠 활성화라는 공익적인 명분으로 지원을 요청해 거절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삼성이 뇌물 공여에 다른 기업들보다 적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으로 삼성에게 편의를 제공한 후에는 뇌물을 더 적극 요구했고 삼성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특검은 "삼성은 대기업 중 유일하게 최서원을 존재를 알았던 기업"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최서원의 영향력을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도 밝혔다.

 

◇재판부, 비리 막을 제도 마련 '거듭 주문'

 

재판부는 이날 마지막으로 비리를 차단할 삼성 내부의 제도 마련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똑같이 뇌물을 강요한다면 어떻게 할지, 기업이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지난 10월 첫 공판에서 재판부가 언급했던 '준법감시제도'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당시 재판부는 "총수가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언급했었다.

 

연방양형기준 제8장은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를 갖춘 기업의 구성원이 범죄에 연루되면 감형을 해주는 법안이다. 해당 법은 준법감시제도의 제정, 기업윤리담당 책임자 임명, 임직원 감독시스템 구축 등 실효성의 요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실제 2006년 미국 은행 에이앰사우스 전·현직 이사 15명은 해당 법령을 근거로 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주주들은 이사들이 감시에 소홀해 에이앰사우스가 의심스러운 거래보고서(SAR) 제출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벌금을 물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법원은 주주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내부 시스템을 통해 이사들의 의무 준수 여부를 충분히 감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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