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량 부풀리고 평가 미진…석유공사 美 사업 '총체적 난국'

 

[더구루=오소영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미국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광구 매장량을 부풀리고 사후 평가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적자를 지속한 앵커 사업의 경우 상업적 생산이 불가능한 곳까지 매장량에 포함했고 사후 평가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글포드 사업도 매장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생산량이 적거나 아예 없는 주변 생산정을 근거로 들어 개발을 추진했다.


◇매장량 뻥튀기… 앵커 5개 사업 종료 

 

8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미국 자회사인 앵커홀딩스가 취득한 육·해상 광구 매장량을 부풀려 계산한 사실이 내부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석유공사 내부 문건에서는 광구의 매장량을 산출할 때 △기술적 검토를 통해 확인된 확인매장량 △생산성 시험에서는 확인이 안 됐으나 현재까지 자료에 의해 원유 부존과 생산이 증명된 추정매장량을 100% 인정하게 돼 있다. 가능매장량도 일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앵커홀딩스가 획득한 광구의 매장량을 측정할 때에는 발견잠재자원량도 포함시켰다. 발견잠재자원량은 기술의 한계나 시장의 부재, 높은 개발 비용 등의 이유로 상업적으로 생산이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애초에 상업 생산이 어려운 원유를 매장량 계산에 포함시키면서 광구의 가치를 부풀린 셈이다.

 

시추 후 평가는 미진했다. 탐사에 실패하거나 예측보다 매장량 혹은 생산량이 미진할 시 해당 광구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향후 인근 지역 개발에 분석 결과를 반영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 같은 지침은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았다.

 

앵커홀딩스는 2013년 7월부터 약 1년 6개월 동안 28공의 탐사 시추 작업을 진행하면서 평가 작업을 소홀했다. 시추 후 평가 없이 동일 지역에서 9공의 작업을 실시했다.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예상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앵커홀딩스는 지난 1분기에만 3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5년 이후 적자가 지속되면서 석유공사의 부실 사업으로 낙인찍혔다. 신규로 벌였던 9개의 탐사 사업 중 5개는 이미 종료한 상태다. 

 

◇주변 광구 원유 생산 '제로(0)'인데 개발 

 

미국 이글포드 사업 또한 사전에 원유 매장량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글포드는 석유공사는 지난 2011년 미국 아나다코로부터 지분 24%를 인수한 셰일가스 광구다. 석유공사는 그해 3월 자회사 KNOC 이글포드 코퍼레이션을 세워 개발을 추진했다.

 

회사가 통상 특정 광구의 매장량을 검토할 때에는 주변 생산정의 이력을 살핀다. 같은 저류층에 있는 주변 광구에서 원유가 발견됐다면 탐사 후보지인 곳에서도 원유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또한 이 작업을 거쳐 사업 개발 여부를 결정했지만 실제 검토 과정은 부실했다. 

 

석유공사의 내부 감사 문건을 보면 당시 공사가 탐사 광구의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근거로 들었던 주변 생산정 2곳은 원유생산량이 매우 적었다. 2005년부터 3년간 생산량의 대부분은 가스였다. 원유는 전체 생산량의 3%에 불과했다.  또 다른 생산정은 가스만 생산했을 뿐 원유는 나오지 않았다. 

 

앵커와 이글포드 사례에서 보이듯 결과적으로 석유공사가 매장량을 부풀려 산정하고 평가를 소홀히 하면서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원개발은 리스크가 큰 사업이니만큼 매장량 조사 단계에서부터 철저해야 하지만 석유공사는 그렇지 않았다.

 

석유공사는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2287%에 달한다. 당기순손실은 1조1595억원에 달했다. 석유공사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자원개발 사업 지분을 매각하고 인력 감축을 추진했다. 

 

이글포드 사업 매각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매각주관사로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정했고 국내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자 설명회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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