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심사 '난항'·노조반발 '극렬'…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추진 진짜 속내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청서 제출…EU, 일본 등 심사 관문 남아 
-현대重, 인수 실패해도 회사 분할 유효…지배구조 개선 등 '남는 장사' 판단


[더구루=길소연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청서를 제출한 가운데 일각에선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에 나선 진짜 이유가 '기업지배 구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결합이 승인되지 않아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승인된 회사분할은 유효하다는 빅피쳐(큰그림)에 따라 인수 작업을 서둘렀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합병 추진 과정에서 인수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고, 회사분할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인수 작업 자체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의 승계 작업을 돕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대우' 인수과정 험로 예상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신청서를 접수 받은 만큼 관련 시장의 확정, 경쟁제한성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승인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모두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대규모 회사에 해당해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합병이 가능하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국내 공정위를 비롯해 △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5개 심사 대상국을 확정,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추가적으로 기업결합 대상 국가를 검토해 신청할 계획이다. 

 

특히 EU와 일본 등은 한국 조선소의 합병을 반대해 깐깐한 기업결합심사를 예고, 심사 통과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이렇듯 인수 합병 절차가 쉽지 않은데 현대중공업은 왜 대우조선에 인수를 적극 추진한 걸까. 

 

◇"인수 부담 축소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제외" 기대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 과정에서 손해 보지 않는 장사라는 판단하에 적극 나섰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인수 부담을 줄이는 건 물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그룹에 편입하기 위해 지난 5월 말 임시 주주총회을 열고 회사의 물적 분할안을 승인했다. 

 

현대중공업 조선 자회사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하는 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등기된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이름을 바꾼 존속법인으로, 본사는 서울로 이전한다. 한국조선해양이 지분 100%를 보유한 신설 자회사의 이름이 현대중공업이 된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을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이 한국조선해양의 공동 주주가 되는 방식인데, 산업은행이 2대 주주가 돼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비용 부담을 덜어주게 된다. 

 

또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과정에서 진행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감시대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들어서고, 그 아래에 신설 현대중공업과 기존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인수·합병을 앞둔 대우조선이 놓이는 구조로 바뀐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고문은 현대중공업 지주 지분 25.8%를, 아들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는 현대중공업 지주 지분 5.1%를 보유하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정기선 대표는 이번 주식 매입으로 단숨에 현대중공업지주 3대주주가 됐다. 

 

현대중공업 지주가 100% 출자해 2016년 설립한 선박 유지·보수·수리 업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매출의 35.6%에 해당하는 849억원을 내부거래로 발생시켜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었다. 현재 공정위는 상장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가 계열사와 총액 200억원 이상 계약을 할 수 없도록 내부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과정에서 진행한 물적분할로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생기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가 돼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더라도 규제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이렇다 보니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작업이 국내 조선업 재편 목적이 아닌 기업지배 구조 재편과 함께 재벌 3세인 정기선 대표의 승계 작업 터닦기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지배구조 개선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고, 나아가 지주회사체제를 도입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도 "다만 한국조선해양이 총수 일가 지분 승계를 손쉽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 경제의 공정성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도 나온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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