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스코 회장 선출 유감

 

각종 논란과 마타도어 속에서  새로운 포스코 회장이 선임됐다.

 

KT 회장 선임에 이어 포스코 회장 선임에 세간의 이목과 관심이 유독 쏠리는 이유는 이들 양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사실상 주인 없는 거대 재벌기업이기 때문이다.

 

KT는 통신과 디지털 IT에서 포스코는 철강과 이차전지,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나라 경제 전반과 국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산하에 수많은 하청·중소기업과 연계되어 있어 고용과 지방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정부나 언론에서도 이들 회사의 리더에 누가 선임될지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과거 KT나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서 각종 추문과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고 때로는 사정기관에 의해 CEO가 구속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일단 KT나 포스코 회장이 되면 지분이 하나도 없어도 재벌 오너처럼 행세할 수 있어 엄청난 보수와 수많은 계열사에 대한 인사권과 각종 사업을 진두지휘할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든 회장으로 선출되면 자신의 업적이나 시장의 평가에 상관없이 연임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래서 자신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이사회 멤버를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구성하고 사외이사들도 자신의 연임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회장과 공생을 모색하게 된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가 해외에서 초호화판 이사회를 개최한 것도 회장 등 집행부와 이를 감기하고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 간의 유착 의혹을 살 만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건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이 배임과 김영란법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였으므로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할 사안이다. 이번 포스코 회장 선출도 이런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과연 공정한 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회장선물이 이루어졌을지 의문을 갖는 시각도 많을 것이다.

 

이번에 회장으로 선출된 분이 갈수록 심화하는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분열이라는 세계 교역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전통 주력산업인 철강산업 외 미래의 먹거리인 이차전지산업과 신기술 에너지산업을 육성시킬 혜안과 경험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동안 여러 차례 노출된 내부 조직의 비효율을 과감히 개혁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적임자가 회장으로 선출된 지 여부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일차적으로 주식시장에서 평가가 이루어지고 추후 업적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들의 냉정한 평가에 의해 재신임 여부가 결정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당초 제도 도입 취지와는 달리 기업의 CEO와 사외이사 간의 관계가 건전한 견제와 감시 관계가 아닌 상호유착을 통한 공생관계로 굳어져 있어 새로운 CEO 선출은 물론 재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과 적합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CEO 등 집행부와 사외이사와의 부적절한 관계는 KT나 포스코뿐 아니라 금융지주회사 등 우리나라의 주인 없는 대기업에 공통된 지배구조다. 또한 주인있는 기업도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거수기역할을 하는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상장기업과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확연히 다르다. 미국의 경우 CEO가 실적부진이나 도덕적 이유로 회사가치나 주주가치를 훼손할 경우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불신임받아 물러나는 관행이 정착되어 있다.

 

이는 설령 창업자라 하더라도 예외가 없이 적용된다. 과거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이런 이유로 한 때 물러난 적 있다. 반면 오너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은 물론 오너 없는 대기업의 경우도 이런 이유로 CEO가 물러난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 심지어 대주주지분이 높지 않은 상장 대기업의 경우 능력이나 평판유무에 관련없이 자녀들에 대한 경영세습을 당연시하는 관행이 고착화되어 있다.

 

그래서 무능하고 비도덕적인 2~3세 경여자에 의해 회사가치나 주주가치가 훼손되더라도 계속 CEO자리를 꿰차고 있어 그 피해는 소액주주와 국민들이 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이유도 잘못된 기업지배구조에 기인하고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여 기업 CEO  등 경영진과 사외이사와의 유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사외이사의 임기를 단임제로 해서 연임에 신경 쓰지 않고 소신껏 견제토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꼼수방지를 위해 다른 계열사로 선임도 제한하고 사외이사기간 중 감시 소홀로 당해회사에 중대한 문제 발생 시 향후 사외이사 선임자격을 일정기간 제한하는 제도 개선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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