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점검 교육생에 떠넘기고 기록 누락…발전공기업 '안전 불감증' 논란

-한수원 직원, 지난 4년간 교육생에 안전 점검 맡기고 허위 보고
-서부발전·수자원공사, 발전 설비·댐 점검 후 기록 누락

 

[더구루=오소영 기자] 발전 공기업들이 발전소들의 안전 점검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소 순시 업무를 현장 교육생에게 맡기는 일이 버젓이 발생하는가 하면 점검 여부를 기록하지 않아 담당 부서가 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했다.

 

사고 예방을 위해 만든 순시와 점검 제도가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으면서 국가 전력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하는 발전소가 고장과 사고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이다.

 

◇교육생에 점검 업무 떠넘긴 직원, 근무 평가 '우'등급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발전소 운전원인 A씨가 지난 4년간 발전소 현장 순시 점검 업무를 소홀히 한 사실을 내부감사를 통해 적발했다.

 

A씨는 바쁘다는 핑계로 수차례 현장교육생(OJT)에게 순시 업무를 떠넘겼다. 2016년 1월 같은 팀에 배치된 교육생에게 현장 순시를 대신해 줄 것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방화 구역에 그쳤지만 점차 전체 현장 점검을 지시했다.

 

2018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교육생에게 업무를 떠넘겼고 이들은 혼자 발전소를 순시해야 했다. 지난 3월에는 실제 점검을 하지 않았는데도 현장을 돌아본 것처럼 허위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주제어실 운전원으로부터 발전소 현장을 점검해달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이를 무시했다.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우다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발전 운전원은 근무 시간 중 두 차례 현장 점검을 시행해야 한다. 또 발전팀장이나 안전차장, 주제어실 운전원의 지시가 있을 시에는 순시에 나가야 한다. A씨는 이를 모두 어겼지만 지난 3년간 근무 평가에서 '우'등급을 받았다. 한수원은 내부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직원에게 정직 3개월을 내린 상태다.

 

◇순시 기록 의무 소홀… 고장·사고 우려

 

안전 순시 결과를 기록해야 하는 의무도 지켜지지 않았다. 담당 직원은 발전소를 점검한 결과를 안전 담당 부서장의 확인을 거쳐 사업소장에 보고해야 한다. 부서장이 순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1~6월까지 총 93건의 안전 순시 여부가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소별로 보면 태안발전본부가 4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평택발전본부 21건, 서인천발전본부 12건, 군산발전본부 7건 등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또한 다르지 않았다. 수자원공사 낙동강권역본부는 댐 시설관리 업무 기준에 따라 일·주·월 별로 시설물을 점검하고 해당 데이터를 기록해야 하지만 이 의무는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1,2,3,6월 월별 시설물 점검 결과는 누락됐다.

 

발전 공기업들이 점검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서 설비의 잦은 고장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사(동서·남동·남부·서부·중부)들은 지난 2010년부터 2018년 7월까지 534회 불시정지로 342일 동안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부발전이 165건, 남부발전 102건, 동서발전 101건, 서부발전 85건, 남동발전 76건 등이었다.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와 고장 또한 대부분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의 분석 결과 2007년부터 지난 9월까지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고장은 총 171건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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